혈관성 치매에 걸린 엄니에게 이번 85세 생신선물로 포근한 극세사 이불을 선물해드렸다. 무엇에 꽂혀서일까? 매일같이 똑같은 레퍼토리를 가지고 전화를 하신다. 나는 전화를 받을 때마다 처음 듣는 얘기같이 대화를 한다. 그럴 때면 나의 가슴은 먹먹해져 가고... 소녀 같은 울 엄마는 해맑다. 금방 선물 받고 좋아하는 아이처럼 말이야~
엄니의 기억의 촛불은 희미해져 가고
엄마의 일생을 돌아보면
울 엄마는 여자의 일생을 보면 참 힘든 시절을 보냈다. 그 시절 힘들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만은.. 산골짜기에서 채소 농사지어 머리에 이고 장에 가서 판매를 하시고 하루 종일 꼬르륵꼬르륵 배꼽시계가 울어도 국수한 다발 3000원을 주면 온 가족이 다 배불리 먹을 수 있어서 밥 한 끼를 사 먹지도 못했단다. 우리 가족은 부모님 아래 아들 셋에 딸 넷 총 7남매였다. 거기다, 유별나신 울 할머니까지 10명이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아들 아들 하시는 울 부모님이 미워서 원망도 했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지만 울 남매는 풍파가 많았다. 그럴 때면 울 엄마는 강인했다. 너무나도 쓰러지지 않고 말이지..
엄니의 매서운 시집살이
하루 종일 배고픔을 뒤로하고 집에 와서 물을 한 사발 들이켜면 울 할머니 저년은 장에 가서 맛있는걸 혼자 다쳐먹고 와서 물을 저렇게 들이마신다고 소리소리를 지르셨단다. 없는 형편에 할머니와 아버지는 밥을 곱으로 퍼서 드리면 엄마가 남은 거 드실까 봐 반찬을 이것저것 넣고 물을 부어서 강아지를 갔다 주셨단다. 우리는 배가 고파 누룽지를 벅벅 끌 거 먹는데도 말이야.. 그래도 울 아버지는 밥을 조금 남겨서 날주시 곤했던 기억이 있다. 세끼 중 두 끼는 밀가루 수제비, 칼국수, 겨구 한 끼는 보리쌀이 90% 로인 밥으로 녹녹지 않은 살림살이에 힘드셨지... 허구한 날 울 할머니 반찬투정에 밥상은 날아다녔고...
엄니는 세상에서 예쁜 효부다
그런 시집살이를 징그럽게 해 놓고도 할머니 묘를 이장하게 되어서 자식들은 화장해서 뿌리자고 했는데 울 엄마는 납골당으로 모셨다 울 엄마는 납골당을 아파트라고 한다. 당신은 아파트에 가는데 시어머니를 어떻게 뿌리냐면서 말이야.. 밉지도 않으냐고 내가 물으면 그냥 웃고만 계신다~ 8년 전부터 병원신세를 지고 있지만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는 매년 꼬박꼬박 나를 부려먹으면서 지내고 있다. 당신은 거동도 어려우면서 두 분 제사는 하늘이 쪼개져도 지내야 한다면서 말이지...
희미해진 엄마의 기억
심근경색. 뇌경색. 골반 수술. 무릎 수술... 8년을 병원신세를 지냈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한 3년 전인가 어느 날 가니 엄니가 자꾸 한소리 또 하고 또 하고... 자꾸 기억을 잃어버리는 거 같아 병원에 가보니 혈관성 치매라 한다. 죽을 고비 몇 번 넘기긴 하였지만.. 그래도 치매라니...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라서 다행이다라고 생각을 하고 받아들였다. 약 드시면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했는데.. 이제는 서서히 진행 속도가 빨라지는 듯하다. 이번 생신 때 김장도 한다고 가족들이 모였는데 젤 좋아하는 막내아들을 잘 못 알아본다. 저기 서있는 남자는 누구냐라고... 울 딸내미 결혼 앨범을 보여주면서 막내딸이라고 얘기해도 누구냐고 자꾸 묻는다.
엄마의 생신선물 이불
6년 전에 극세사 이불을 선물해드렸는데 언제 가서 보니 이불이 낡아서 따뜻한 느낌이 없길래 이번에 다시 선물을 해드렸다. 매일 전화를 해서 밥 먹었냐~ 시간이 몇 신데 아직 밥을 안 먹었냐 하면서 이불이 가볍고 따뜻해서 참 좋다 그래서 고맙다고 인사하려고 전화했다고... 똑같은 말을 매일 전화해서 하신다. 난 그럴 때마다 처음 듣는 것처럼 그르냐고... 선물 줘서 고맙다고... 난 그럴 때면 가슴이 먹먹하다... 언니 보낸지도 얼마 안 되었는데... 울 엄마 어떻게 해야 하나... 큰딸이 하늘나라 간 것도 모르는데... 그 이불이 뭐라고... 얼마든지 사드릴 수 있는데... 오늘도 나를 펑펑 울게 만든다. 어쩌다 이렇게 멀리 살게 되었는지.. 울 아버지는 어쩌라고... 자꾸 기억의 촛불은 꺼져만 갈까? 그렇게 기억을 내려놓을 만큼 힘이 드셨나... 나의 마음은 초초하다... 조금만 조금만 천천히 촛불이 꺼져가길 기도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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